제주도를 사랑한 김영갑 그리고 두모악 갤러리

몇년 전의 나는 국내의 이름있는 사진 커뮤니티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여
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구경하곤 했다.

당시 유명했던 Raysoda 커뮤니티에는 회원들이 사진 작가를 소개하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찮게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 작품들을 처음으로 맞게 되었다.

[김영갑 선생님 소개 글 보기]

사실 김영갑 선생님에 대해 알기 전에는 풍경사진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고,
Magnum이나 LIFE지와 같은 전설적인 사진 잡지의 명성 때문에
한국 사진 작가에 대한 약간의 무시와 편견이 있었음을 이제서야 고백하고 반성해본다.

제주도를 너무도 사랑해서, 제주도의 모든것을 사진으로 담고자 했던 김영갑 선생님

그의 작품을 모니터로 보는것만으로 평안과 고요함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고,
언젠가 꼭 그분의 작품을 직접 만나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와이프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며 이 곳 두모악 갤러리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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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 입구 풍경]

1988년까지 초등학교였던 이곳 두모악은 학생수가 줄어 폐교된 이 후, 동네의 흉흉한 공터로 남아있었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빠져 충남 부여 고향땅을 떠나 20년간 제주 안가본 곳이 없을 만큼 누비며 사진을 찍은 그에게 남겨진 20만컷의 사진들. 하지만 전시회나 사진집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은 그 중 극히 일부였고, 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한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절대 가볍지 않은 – 사진들을 알리기 위해 그는 이 폐교를 사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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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갤러리 – 정원 풍경]

예술가의 운명은 평범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제주도에 김영갑이 담지 않은 것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그에게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이 찾아온다. 3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그는 일주일간 식음을 전폐했다고 하는데,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과 남은생 그가 남기고 싶은것에 대한 아쉬움이 얼마나 컸을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아름다운 정원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초등학교였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아주 정성스레 가꾸어진 미술관이라 믿을만큼 담백하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정원이다. 곳곳에 김영갑 선생님께서 직접 빚어 만드신 귀여운 도자기 작품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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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선생님의 실제 작업실]

이제는 주인이 떠난 작업실. 마치 그가 문을 열고 나와서 “관람 오셨네요” 라고 말을 건넬것만 같다.

김영갑 선생님은  파노라마 카메라를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는데, 특히 그는 제주의 ‘오름’에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모두가 제주도 하면 한라산과 백롬담을 떠올리지만, 그는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백개의 오름 (특히 그는 용눈이 오름을 자주 올랐다고 한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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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선생님의 작품 – 출처 : 레이소다]

그가 제주도에 정착할 무렵 (그가 세상을 떠나기 20년전) 제주도의 중산간에는 인적이 거의 드물었다고 한다. 풀벌레와 야생초 그리고 제주의 바람만이 존재했던 그 외로운 공간을 그는 수 킬로그램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올랐다. 외로움 속에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일까. 그분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영혼마저 깨끗히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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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직접 담은 작품]

김영갑 선생님은 사진못지 않게 제주도 그 자체를 사랑하셨던 분인것 같다.
두모악 홈페이지에 수록된 그의 글에서 제주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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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날부터인가 나의 비밀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만의 비밀화원이 가지고 있던 특징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도시의 공원처럼 자연스러움을 잃자 생동감도 사라졌습니다.
비포장의 도로가 어느 날 아스팔트로 뒤덮이더니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전봇대가 세워지고 팬션이 들어서더니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중장비 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중략…

그 전까지 나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나만의 비밀화원에서 나만의 꿈을 키워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행복이었음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나는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제야 깨닫고는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 못내 안타까워합니다. 이제 나만의 비밀화원은 옛 탐라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울고 웃었던 예전의 그 화원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더 이상 태고적 신비와 고요를 느낄 수 없게 된 그곳을 나는 이제 나의 기억속에서 지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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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뒷편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에 앉아 그의 사진이 담긴 엽서 두장을 바라본다.
그야말로 제주도에 전신을 던졌던 김영갑의 삶.
사진 작품을 떠나 그의 열정과 제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에 고개가 숙연해진다.
갤러리를 떠나며 기쁨과 동시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의 사진에는 그런 힘이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그 이면에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 생명체들의 끈질긴 삶. 그러한 것들이 그가 담고 싶었던 진정한 제주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영갑 갤러리 정보

홈페이지 : http://www.dumoak.com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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